“노인 15%가 변실금… 섬유소 많이 먹고 물 자주 마셔야”
말 못할 고민 ‘변실금’ 예방과 치료… 괄약근 약해지고 변 묽어져 발생
대변 실수 잦고 잔변 자주 생겨… 섬유소-지사제 사용하면 쉽게 호전
평소 설사 유발하는 음식 자제하고,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 가는 습관을
속옷에 변을 묻히거나 화장실까지 가다가 못 참고 실수한다면….’
노인 100명 중 15명은 경험하는 변실금의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증상을 본인이 직접 겪으면 당황스럽고 창피해서 어디에 말도 못 꺼내는 경우가 많다. 급기야 남몰래 기저귀를 차거나 불안한 마음에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게 된다.
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인 이두석 대항병원 원장(사진)은 “변실금은 아주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는 병”이라며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비용도 많이 쓰는데 의외로 쉬운 방법들이 있으니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를 만나 변실금의 해결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실제 변실금 인구가 어느 정도인가.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이 된다. 노인 인구 기준으로 보면 잠재적인 변실금 인구가 150만 명은 될 거다. 변실금은 여성이 남자보다 4배나 많다. 여성 호르몬 영향 때문이다. 이제는 노인 인구도 많아지고 있으니 떳떳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변실금은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변실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가만히 있는데 나도 모르게 변이 나오는 것이다. 그게 설사 변일 수도 있고 가스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덩어리 변이 나올 수가 있다. 덩어리 변이 나올수록 점점 악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변이 마려운데 화장실까지 가기 전에 변을 싸는 것이다. 그걸 ‘긴박변’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배변 뒤 변실금이라고 해서 변을 다 보고 나와 몇 걸음 걸어가는데 변이 똑 떨어지는 것이다. 잔변이 있다 나오는 것이다. 세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변실금이 왜 생기는 건가.
“변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약물적인 것도 있고 정신적인 것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항문을 조이는 근육인 괄약근의 문제다. 괄약근이 약해지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또 괄약근 위에 있는 직장의 감각이 약간 이상해지면 나도 모르게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항문 주변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배변 장애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
“변실금이 생길 때 사용하는 치료 약물이 섬유소이다. 섬유소는 주변에 있는 변들을 모아서 배출해 준다. 즉, 잔변을 줄여 주는 것이다. 잔변만 다 배출해 줘도 변실금이 좋아진다. 물론 변실금의 심한 정도에 따라서 그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미 항문 괄약근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변이 묽을 때 변실금이 심해진다. 그래서 응급으로 지사제를 쓰기도 한다. 변이 묽을 때는 지사제를 써서 변을 굳게 만들기도 하고 지사제 자체가 항문 괄약근의 힘을 좀 올려준다. 이렇게 섬유소와 지사제만 쓰더라도 10명 중 8명은 해결이 된다. 평소 잔변감이 계속 들 경우 뜨거운 물에 좌욕하면 완화에 도움이 된다.”
―요즘 많이 출시된 전자기파, 전기 자극으로 하는 기구는 도움이 되나.
“이들 의료기기는 괄약근에 자극을 줘서 근육을 수축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괄약근에 엘라스틴, 콜라겐이 떨어져 약해진 상태가 된다. 거기에 자극을 준다는 의미인데 그걸로 효과를 보는 분들도 있고, 못 보는 분들도 있다. 사용해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치료제다. 치료제를 통해서 환자 대부분은 굉장히 좋아진다. 병원에서 상담받고 올바른 처방전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심할 때는 수술을 고려한다. 요즘 수술의 경우, 복강경 내시경을 통해 약해진 주위 근육을 강화시키는 인공막을 넣어주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도 효과를 70∼80% 볼 수 있다.”
―변실금 예방을 위한 올바른 생활 습관은.
대항병원 제공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변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묽은 변은 변실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 즉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음주, 밀가루 음식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쾌변을 하지 못하고 잔변이 남아 있으면 변실금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잔변을 줄여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가지면서 하루 1L 이상의 물 섭취를 하고 하루 1시간 이상 걷기를 생활화한다. 변을 보고 나서 비데의 세정 기능을 사용하거나 관장을 하는 것도 잔변을 없앨 수 있다. 케겔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 골반을 강화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