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학회 “임차요양원 허용 즉각 중단해야…”
“영국서 3만명 쫓겨나기도”…19개 보건·복지 학회 공동성명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가 토지나 시설을 빌려서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임차 요양원’ 설립 허용을 추진하자 보건·복지학회가 노인돌봄의 공공성과 노인 주거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한국노인복지학회 등 19개 보건·복지복지학회는 21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지난 19일 열린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가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돌봄제도의 공공성 추구라는 시대적 사명과 정확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
입소자의 주거 안정과 노인요양시설 난립을 막기 위한 일종의 규제 장치인데, 정부는 최근 시설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 대해 이런 제한을 없애고 임차로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서도 임차 요양원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회는 “임차 제도를 허용하면 노인요양시설 공급자는 전세, 장기 리스 등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돼 시설 재정 상태가 악화하거나 시설의 모기업이 갑자기 파산해 노인요양시설이 폐업하면 노인들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임차를 허용한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경험한 사회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노인요양시설 750개를 보유하고 있던 서던크로스(Southern Cross)라는 회사가 2012년에 파산하면서 노인 3만 명이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이어 “임차 허용은 손해보험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심화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노인요양시설 연구 결과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공급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하다가 3∼7년 후에 시설을 매매하고 시장을 떠나버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요양은 시설보다는 노인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는 재가 서비스로 가는 것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정부담도 절감하는 길”이라며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임차허용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