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지방 높은 노인, 치매 위험 낮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노인은 낮은 노인보다 치매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섭취한 칼로리 중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은 중성지방 형태로 바뀌어 지방세포에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중성지방은 주로 복부에 저장되며 지나치게 쌓이면 지방간, 심혈관 질환, 인슐린 내성, 대사증후군 등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중성지방 혈중 수치는 150mg/dL 이하가 정상, 150~199mg/dL은 경계 범위, 200mg/dL 이상은 높은 수치로 간주된다.
노인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은 낮아지는 ‘역관계’가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들이 전에 발표된 일이 있다.
호주 모나쉬(Monash) 대학 의대 저우전 예방의학 교수 연구팀이 이를 좀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미국, 영국, 호주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두 대규모 연구 자료를 분석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8일 보도했다.
이 중 한 연구는 치매, 심혈관 질환, 뇌졸중 병력이 없는 노인 1만8천194명(평균연령 75세)을 대상으로 6년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 기간에 이 중 823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검사를 매년 받았다. 중성지방 평균 수치는 106mg/dL이었다.
연구팀은 측정된 공복 중성지방 혈중 수치에 따라 이들을 4그룹으로 나누고 치매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제1 그룹은 중성지방 수치 최하위 그룹으로 62mg/dL 이하, 2그룹은 63~106mg/dL, 3그룹은 107~186mg/dL, 4그룹은 187mg/dL 이상으로 분류했다.
중성지방 혈중 수치가 62mg/dL 이하로 가장 낮은 최하위 그룹(10%)이 치매 발생률이 6%로 가장 높았다.
중성지방 수치가 187mg/dL 이상으로 가장 높은 최상위 그룹(10%)은 치매 발생률이 3%로 가장 낮았다.
중성지방 수치가 63~186mg/dL으로 중간인 그룹은 치매 발생률도 중간인 4~5%로 나타났다.
중성지방 수치가 가장 낮은 1그룹에 비해 2그룹은 치매 발생률이 15%, 3그룹은 24%, 4그룹은 36% 낮았다.
전체적으로 중성지방 수치가 2배 높아질 때마다 치매 위험은 18%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혈중 콜레스테롤, 혈압, 흡연, 음주, 체중 등 다른 변수를 고려했어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은 낮아지는 역관계에는 변함이 없었다.
중성지방 최상위 그룹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심장 또는 췌장을 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높아 치료제가 투여된 노인들은 아주 드물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영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의 데이터세트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 대상 노인 6만8천200명 가운데 2천778명이 12년 사이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고지혈증 약 복용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중성지방 수치가 2배 높아질 때마다 치매 발생률은 17%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수록 정신운동 속도, 집행기능, 기억력 등 종합 인지기능 저하 속도는 느렸다.
따라서 중성지방에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특정 성분이 들어있는 것인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다만 이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 결과는 모든 연령층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노인의 낮은 중성지방 수치가 치매 위험 상승과 연관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우선 노년에 중성지방 수치가 낮다는 것은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중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노인이 중성지방 수치가 낮다는 것은 체중 감소, 영양실조, 노쇠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성지방 수치가 비교적 높은 노인은 중성지방 수치가 낮은 노인보다는 영양 보충을 잘 하고 있고 건강 문제도 적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중성지방이 뇌의 노화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니콜라오스 스카르메아스 박사는 이 결과만 가지고는 중성지방 수치의 변화가 장차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실히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