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중증 발달장애인 엄마의 바람
[고선순 한국장애인부모회 회장] “성인이 된 아이가 도전행동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절당해 1년 365일 집에만 있다 보니 돌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요. 아이도 저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요.”
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발달장애인 부모님들과 만날 때 자주 듣는 이야기다. 필자 또한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로서 이 상황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말밖에 할 수 없어 헤어지고 난 후에도 그 먹먹함이 계속됐다.
필자는 발달장애인 아들과 비장애인 딸을 가진 두 아이의 엄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저는 전적으로 아들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 남편과 딸은 저를 응원하기 위해 그 밖의 모든 대소사를 챙겼다. 초등학생 손주들은 코로나19 시절 삼촌이 혹시 아프기라도 할까봐 항상 마스크를 썼고 집에 오자마자 손소독을 하는 등 어린 나이에도 삼촌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을 우선했다. 필자는 이러한 가족의 지원 아래 아이를 챙기면서 우리 아들과 같은 상황의 부모님들과 교류하게 됐고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중증장애인 중심의 낮활동 지원, 가족캠프를 10년간 운영했고 전국 최초로 365 쉼터를 설치하고 긴급돌봄제도 정착에도 힘을 보탰다.
2년 전 발달장애인법 개정에 따라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가 올해 6월 시행된다고 했을 때는 걱정반 기대반의 심정이었다. 최중증은 말 그대로 돌봄 난이도가 다른 어떤 서비스와 비교가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때리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리적으로 힘을 사용할 때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을 부모들과 사회복지기관 모두 알고 있고 그러한 이유로 입소나 이용을 거절당한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시행에 아무래도 기대가 생기는 건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평일 24시간 돌봄, 주간 개별, 그룹형 낮활동 서비스는 우리 아이들이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고 가족들에게도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광주에서 이뤄진 시범사업을 보면서 개인별 맞춤 체육, 미술 프로그램 등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도 시행과 함께 엄마로서 그리고 부모회 회장으로서 몇 가지 의견을 드리고 싶다. 올해는 2340명에게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확대돼야 힌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4000명이 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올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하신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하신 약속을 꼭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분들의 전문성 교육 및 처우개선도 확대돼야 한다. 돌봄난이도가 매우 높아서다. 이들의 잦은 이직은 아이들과의 신뢰형성을 저해하는 만큼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도전행동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 방법이 비장애인들과 다르다해 너무 꺼려하지 말고 엄마들의 애환을 생각해 따뜻하게 헤아려주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