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0년 노인 4명중 1명은 빈곤… 저소득층 국민연금가입 41%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 10명 중 4명만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을 정도로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그동안 각종 지원제도를 통해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힘썼지만, 저소득층의 가입자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노인 빈곤율은 낮아졌지만, 노인 중에서도 연령대가 높은 초고령 노인의 빈곤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노인 빈곤율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5년생이 노인이 되는 2070년에도 26% 수준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의 보완적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국고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소득 ‘하’ 공적연금 가입률 40.96%…소득 ‘상’ 집단의 절반 수준
11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우리나라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재구축'(연금제도연구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2~14차) 데이터를 토대로 소득 수준에 따른 공적연금 가입률을 살펴본 결과 소득이 낮은 집단의 가입률이 높은 집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59세 근로연령층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소득 수준이 중위임금의 3분의 2 이하면 ‘하’, 중위임금 1.5배 이상이면 ‘상’, 그 사이면 ‘중’으로 구분해 국민연금(직역연금 포함) 가입률을 분석했는데, 2021년 기준 소득 ‘하’ 집단의 가입률은 40.96%였다.
10명 중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림이 4명밖에 안 되는 셈이다. 가입률은 2009년 38.81%였는데, 12년 사이 2.15%포인트(p) 높아지는 데 그쳤다.
반면 가입률은 소득 ‘중’ 집단이 78.09%, ‘상’ 집단이 80.46%로, ‘하’ 집단의 2베 수준이었다. 2009년과 비교하면 ‘중’과 ‘상’ 집단은 각각 13.62%p, 6.84%p 높아져 증가 폭도 ‘하’ 집단보다 훨씬 컸다.
정부가 그동안 출산 여성, 군 복무 등에 대해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 등을 시행하고 저소득층에 대해 보험료 납부를 지원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펼쳤지만, 정책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다.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을 동시에 가입한 경우도 소득수준 ‘하’는 2.80%에 그쳤지만, ‘중’은 5.57%, ‘상’은 16.71%로 차이가 컸다.
◇ 노인빈곤율 하락 추세지만, 초고령자는 악화…2070년 노인 4명중 1명 ‘빈곤’
연구진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노인 인구의 가처분소득 상대적 빈곤율(가처분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비율)을 살펴본 결과, 노인 빈곤율은 2021년 37.71%로, 2011년 49.18%에서 10%p 이상 낮아졌다.
특히 연소노인(65~74세)의 빈곤율이 17.00%p(44.59%→27.59%)나 크게 떨어졌고, 고령노인(75~84세)도 7.67%p(58.23%→50.56%) 낮아졌다.
반면 초고령노인(85세 이상)의 경우 48.23%에서 52.44%로 4.21%p 오히려 높아졌다.
연소노인의 빈곤율 감소가 전체 노인의 빈곤율 하락을 이끈 것이다.
새로 노인 연령에 편입된 ‘젊은 노인’의 경우 과거 노인에 비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데다, 건강 상태가 좋은 편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가 많아지면서 노동소득은 연소노인이 2016~2021년 27.8% 증가했고 고령노인은 10.8% 늘었지만, 초고령노인은 4.1% 줄었다.
보고서는 “다른 연령대 노인과 달리 초고령 노인의 빈곤율이 높아진 것은 노인집단 내에서의 빈곤율 격차가 증가한 것을 뜻한다”며 “다만 초고령 집단의 노동소득 감소는 가구 내 동거하는 사람들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같은 연구원의 ‘빈곤전망 모형'(안서연)을 통해 미래의 노인 빈곤율을 예측했다.
그 결과 2021년 37.71%였던 노인 빈곤율은 기초연금이 현행대로 30만원인 경우 차츰 하락해 2070년 25.76%까지 내려온 뒤 2090년 29.33%로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전히 높은 노인 빈곤율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해도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2070년 24.52%, 2090년 27.76%로 예측돼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이 노인 빈곤율을 0.58~1.57%p 떨어트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 GDP 대비 노령지출 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일반재정 역할 확대 필요”
보고서는 이처럼 노인 빈곤율 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일반 재정(국고)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령지출 비율은 7.5%였는데, 한국은 OECD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4%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 그만큼 노후보장을 위한 지출을 늘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노령지출이 증가할 상황에 맞춰 사회보장 재원 조달도 확대돼야 한다”며 “적립기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회보장 재정 수급을 빠르게 늘릴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일반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개혁 전략으로 ▲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되 상한을 설정하고 수급연령을 상향시키며 자동안정장치를 도입 ▲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크레딧과 저소득보험료 지원으로 급여수준 상향 ▲ 국민연금 A급여(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간 평균액)를 기초연금에 통합하고 완전 소득비례연금화 ▲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노인 100%로 확대 ▲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30∼40%로 축소하고 소득수준별로 차등 지급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제도만으로는 심각한 고령화와 노동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보완적 역할을 고려해 이 제도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