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문기구 “노인연령 단계적 상향” 제안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비효율적인 복지지출을 줄이자’는 정부 자문기구의 제안이 나왔다. 복지 수급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75세로 올리고 저출생 관련 현금성 지원도 통폐합하자는 것이다. 복지지출 합리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자칫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박재완 위원장)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재정 및 미래인재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논의’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본보다 한국이 초고령화로 가는 속도가 빨라서 추가적인 복지혜택 개편이 없어도 고부담 국가로 간다”며 “고령화로 지출이 급증하는 영역은 효과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 분야로 복지서비스나 건강보험 분야를 예시했다.

75세를 전후로 노년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연금 등 복지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늘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 교수는 “우리가 65세부터 노인이라고 하는데 75세까지는 전반기 노인으로 봐서 근로할 수 있도록 기본연금 일부분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저출생 관련 현금지원은 통폐합을 권고했다. 박 교수는 “가칭 가족지원을 신설해 현금성 재정·세제 지원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고 했다. 통폐합 대상으로 아동수당, 첫만남이용권, 부모급여, 자녀장려금, 자녀세액공제, 출산·입양세액공제 등을 예시했다.

재정관리는 지금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재정지표를 수치화한 목표를 법제화한 재정준칙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또 초·중·고교 지원에만 쓰도록 묶어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평생교육이나 유보통합 등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증세는 장기적인 목표로 언급했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세원확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부가가치세도 중장기적으로는 OECD 평균에 맞춰가도록 사회적 숙의를 거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평균 14.2%)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확대 없는 지출 합리화는 노인빈곤율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한국처럼 절대적인 복지 부족 상태인 국가가 복지 확대 없이 구조조정만 한다면 시대에 역행할 수 있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기에 증세는 중장기로 미룰 과제가 아니라 시급한 과제이고,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는 ‘부자 감세’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위원회는 복지지출을 구조조정한다고 해서 정부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필요한 부분에 두텁게 지원을 확충해 정부 역할은 강화하고 (취약계층) 보호는 훨씬 더 늘리면서 민간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