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추적 ‘스마트 태그’…실종 치매 노인 찾는데 활용해봤더니
신체 거슬림 없고 충전 없이 1년 사용 가능…전국 문의 빗발
동부서 박종선 경장 “예산 확대돼 많은 사람들이 활용했으면”
1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실종수사전담팀 박종선 경장이 실종 치매 노인을 위한 스마트 태그 활용 신발을 설명하고 있다. 2023.5.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
#. 지난 14일 오전 8시쯤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70대 A씨(여)는 집안일을 하는 사이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 B씨(73)가 밖으로 나간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B씨의 목에 걸려있는 ‘스마트 태그’덕에 실종 20분 만에 남편을 찾을 수 있었다.
#. 지난달 초 광주 동구 계림동에 살고 있는 60대 C씨(여) 또한 치매를 앓는 남편 D씨(66)가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 밖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D씨의 몸에 지닌 ‘스마트 태그’를 활용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D씨를 15분 만에 무사 귀가 조치시켰다.
광주 동부경찰이 실종 치매 노인을 위해 제시한 ‘스마트 태그’ 아이디어가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치매 환자들이 위치 추적을 위해 사용했던 ‘배회감지기’의 단점을 일부 보완하면서다.
1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동부경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마트 태그’를 치매 노인 가정에 보급했다.
‘스마트 태그’는 물건이나 사람에게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기기다. 충전 없이 1년 가량 사용할 수 있고, 이후 건전지만 교체하면 돼 비교적 사용이 간편하다.
치매 가정 ‘스마트 태그’ 보급은 실종수사전담팀 박종선 경장이 모색했다. ‘스마트 태그’가 기존 치매 환자들에게 보급됐던 ‘배회감지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배회감지기는’ 손목시계 형태의 위치추적기로 보호자가 전용 앱을 통해 위치와 동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한번 충전 시 2~3일 정도로 스마트 태그에 비해 지속시간이 짧다.
치매 환자는 옷이나 물건 등이 신체에 거슬리는 것을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 배회감지기 사용 치매 환자 대부분 이를 제거해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1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실종수사전담팀 박종선 경장이 실종 치매 노인을 위한 스마트 태그 활용 신발을 설명하고 있다. 2023.5.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
박 경장은 지난해 여름 실종 치매 노인 신고 출동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종 가족이 ‘옷에 스마트 태그를 넣어놔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는 설명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스마트 태그를 이용해 20여분 만에 실종 노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박 경장은 곧장 스마트 태그를 신발에 부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신발 발등 부분을 잘라 지퍼를 만든 뒤 그 안에 스마트 태그를 넣었다. 배터리도 오래갈뿐더러 배회감지기처럼 몸에 직접 닿는 게 아니라 환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격 또한 30만원대에 형성돼 있는 배회감지기보다 스마트 태그는 2만~3만원 상당으로 10분의 1 수준이었다.
박 경장은 수사팀 예산으로 30대를 구매한 뒤 일부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시범 운영을 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쉬운 방법으로 빠른 시간 내에 가족을 찾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현재는 동구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센터에 등록된 구내 치매 환자에게 모두 무료 보급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을 비롯해 경기, 충북, 전남 등 타지역 경찰서에서도 스마트 태그 연계 방법을 문의하는 등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박종선 경장은 “실종 치매 노인을 찾다보면 길을 잃어 다치는 등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스마트 태그가 기존 배회감지기보다 많은 장점을 가진 만큼 예산 확대와 함께 전국적으로 방법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