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 뛴 물가에… 무료급식 찾는 노인들
탑골공원 500인분 30분 만에 동나
“식비 부담” 응답 최근 3년새 2.5배↑
“방금 전 받은 도시락은 저녁에 먹을 생각이다.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뙤약볕 아래 땀을 줄줄 흘리며 기다린 끝에 도시락 하나를 받아 든 60대 A씨는 재빨리 탑골공원 근처 다른 무료급식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 급식소에서 준비한 400∼500인분의 도시락은 30분이면 동난다. 지난 3일 탑골공원 인근의 한 무료 급식소의 풍경이다. 이 급식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노인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 식당 공간을 추가로 짓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 외에도 수많은 노인이 하루 두 끼를 탑골공원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상당수 노인은 국민연금 비수급자로 30만원 남짓의 기초연금만으로 치솟는 먹거리 물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노인 1만여명을 대상으로 ‘부담을 느끼는 지출 항목’에 대해 설문한 결과 식비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7년 18.7%에서 2020년에는 46.6%로 치솟았다. 3년 만에 2.5배가량 증가하며, ‘주거비’를 제치고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항목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고령층의 식비 부담 증가는 치솟는 먹거리 물가와 반대로 생활비는 줄어드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먹거리 물가의 대표적 지표인 가공식품물가지수와 외식물가지수는 최근 10여년간 각 13%가량 상승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에는 2년 만에 1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노인의 생활비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자녀로부터 금액을 지원받은 고령층은 76%이며, 지원받은 금액은 연평균 약 250만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2년 후인 2020년에는 65.2%의 고령층이 연평균 207만원을 자녀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받는 고령층의 비율과 금액, 모두 줄어든 셈이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의 심리적 엥겔지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를 낮추기 위해서는 공공근로 확대, 기초연금 확대 등을 통해 노인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