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행상 장애 심하지 않아도 장애인콜택시 이용 허가해야”
“어느 부위든 장애 심하고 대중교통 이용 어렵다면 제공”…1심 뒤집혀
권희원 기자 = 보행상 장애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허가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중지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심한 상지기능 장애와 심하지 않은 하지기능 장애를 가진 것으로 판정된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서울시설공단에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A씨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보행상의 장애인이면서 팔·다리 기능장애의 정도가 심한 사람을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A씨의 경우 하지기능 장애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보행상 장애가 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A씨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보행상 장애인이 맞고 대중교통의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에 해당한다”며 장애인콜택시 허용과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공단이 장애인콜택시 이용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만 한정된 택시를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배차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정당성은 인정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교통약자가 특별교통수단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이용대상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를 반드시 ‘보행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사람으로 해석하기보다 부위와 무관하게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느 부위의 장애이든 그 정도가 심하고 버스·지하철 이용이 어렵다면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교통약자법 입법 취지에도 맞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