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료 2천원’ 실버극장에 열광…우리시대 노인을 위한 공간, 진지한 고민을 [기자24시]

실버영화관 허리우드극장
지난 17일 오후 종로3가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허리우드극장에서 영화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한주형기자]

세상은 노인의 유희(遊희)에 관심이 없다. 자아가 생길 때쯤부터 무수히 듣게 되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은 중·장년까지 이어지다가 그 뒤로는 종적을 감춘다. 1000만명 가까이 되는 노인 세대가 무엇을 하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지, 사회는 묻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 극장’에서 만난 노인들을 보며 생경한 느낌을 받았다. 이곳은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실버극장 중 하나다. 극장에서 만난 80대 어르신은 본인을 영화광이라 소개하며 집에 3000장의 영화 CD가 있다고 자랑했다. 좋아하는 고전 배우를 얘기하며 반짝이던 할아버지 눈은 순간 청년이 깃든 듯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소소한 즐길거리에 대한 욕구가 사라질 리 없다. 반면 실버 세대의 여가 및 문화 공간은 제한적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복지관, 노인정의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허리우드 극장 대표는 “MZ세대의 특성이 이전 젊은 세대와 다르듯 지금의 노인들도 ‘자율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라고 설명했다. 복지관의 수동적 프로그램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성인 콜라텍 ‘국일관’에서 노인들이 파트너들과 함께 춤추고 있다. [매경DB]
서울 종로구 성인 콜라텍 ‘국일관’에서 노인들이 파트너들과 함께 춤추고 있다. [매경DB]

최근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를 초월했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 사회는 여전히 노인 자살률, 고독사 수 논의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숫자에만 골몰하다 보니 노인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극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배우자가 먼저 떠난 경우가 많아 집도 쓸쓸하다. 노인네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실버 세대를 위한 문화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 우선 지금 있는 문화 인프라 지원에 힘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지방에 있는 두 개의 실버극장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아 전국에 남은 민간 실버극장은 네 곳뿐이다. 이 중 국가 지원을 받는 곳은 두 곳이다. 성큼 다가온 초고령사회에 영화관 말고도 노인들이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시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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