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월세 밀리면 나라가 준다” 고령자 주거법 개정한 日
국가가 월세 보증…주거불안 해소
임차인 없는 빈집에 독거노인 수용 계획
일본 정부가 고독사 문제 등으로 집주인들이 임대자로 받기를 꺼리는 독거노인들의 주거대책 방안으로 정부가 직접 체납된 월세의 지급을 보증해주는 고령자주거법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또한 인구감소로 늘어난 빈집들의 임대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방안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일본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담은 주택안전망법과 고령자주거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독거노인의 월세 체납이 발생했을 경우 일정 범위 안에서 이를 대신 지불하는 국가 공인 보증업체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월세가 일반적인 일본에서는 계약시 집주인이 임대인에게 월세 보증업체 가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을 통상 월세의 1~2달 치로 책정하는 일본에서는 다달이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계속 차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임대인은 보증업체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세입자가 업체에 일정 이용료를 내면, 월세가 밀렸을 경우 집주인은 보증업체를 통해 밀린 월세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보증업체도 독거노인의 가입은 고독사 등 리스크가 크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부동산 계약을 맺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일본 정부는 국가가 대신 보증을 서서 독거노인들의 부동산 계약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월세 계약 시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의 긴급 연락처를 필수로 알려야 하는데, 이 역시도 ‘개인’으로 한정하지 않고 국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거주 지원 법인’의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거주 지원 법인은 독거노인 등 주택 확보 배려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들의 거주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앞으로 고령 세입자로부터 위탁받고 사망 후 물품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고독사 이후 까다로운 유류품 정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입주 상담뿐만 아니라 사망 후 대응까지 일관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거주 지원 법인은 임대인과 협력해 세입자의 일상적인 안부 확인 등을 제공하는 구조도 갖춘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거주 서포트 주택’으로 분류해 수리비 등을 지자체가 보조해주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늘어가는 빈집과 독거노인 주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니케이에 따르면 2030년 일본 내 독거노인은 2020년 대비 20% 증가한 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국 빈집 849만채 중 절반가량이 월세를 놓을 수 있는 빈 주택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빈집과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케이는 “부모 등으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은 소유자가 임대를 주저하면 그대로 방치돼 빈집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이를 임대 시장에서 유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주택을 임대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세입자 없는 빈집의 활용으로 연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