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거도 장애인 투표 보조 미흡 여전
특수형 기표 용구 새로 도입
작동 여부 제대로 안 살피고
유권자 제공 탓 투표소 혼선
발달장애 보조인 동반 제지
“선거사무원 교육 강화해야”
올해 총선 사전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장애인 대상 투표 보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선거사무원들이 투표 보조용구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거나, 몸이 불편한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모르고 현장에 투입된 탓이다.
22대 총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6일 중증 지체 장애를 앓는 남정우(55·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그는 양손 사용이 자유롭지 않아 한 선거사무원에게 기표 보조용구를 달라고 요구했다.
사무원은 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잠시 헤매다가 근력이 약하거나 손 떨림이 있는 유권자 전용 특수형 기표 용구(레일 버튼형)를 가져왔다. 이번 선거에 새로 도입된 장애인 기표 보조 도구다.
사무원은 투표용지를 플라스틱판에 끼운 다음 위아래로 움직여 버튼을 누르면 기표 도장이 찍히는 방식이라며 사용법을 설명했다. 양손 사용이 불편한 이에게 손을 써야 하는 보조 도구를 지급하는 게 이상했지만 남 씨는 안내에 따라 기표소로 들어갔다.
역시 손으로 긴 투표용지를 판 사이에 집어넣는 것부터 만만찮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도장이 찍히지도 않았다. 기표대 밖에 있던 사무원에게 도장이 잘 찍히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비밀투표’라며 도와줄 수 없다던 사무원은 도움을 거듭 요청하자 상황을 확인했다. 기표 용구에 달린 안전핀을 제거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핀을 제거하지 않으면 기표 버튼이 눌리지 않는 구조인데 처음부터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도구를 전달한 셈이다.
남 씨는 “직원조차 보조 기표용구 사용법을 잘 알지 못해 벌어진 결과”라며 “편의 도구를 만들어 놓고 왜 장애인 유권자에게 불편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도구”라며 “집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새로 도입된 기표 도구 내용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 도구는 최중증 장애인을 기준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선거사무원들이 발달장애인 대상 투표 보조 방식을 알지 못해 보조인 동반을 제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유권자는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명에게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배선이 전국부모연대 경남지부 창원지회장 “선거 때마다 매번 다툼이 생긴다”면서 “어떤 곳은 심하게 제지하고 어떤 곳은 제지하지 않는 만큼 선거 담당자들에게 충분한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