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부부 사이, 우울증 전이 위험 더 크다
우울증이 있는 노인의 배우자는 함께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부부 중 한 명이 우울증일 때 배우자에게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전국 11개 대학병원에서 956쌍의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간 공유하는 우울증 위험 요인을 탐색했다. 그 후 우울증이 있는 노인의 배우자가 일반 배우자에 견줘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노인 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배우자가 우울증을 앓을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8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배우자의 우울증 위험도(2~3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우울증이 배우자에게 옮겨간 노인 부부들은 평소 ▲과량의 음주력 ▲운동량 부족 ▲낮은 사회적 지지 ▲만성질환 부담 ▲낮은 인지기능점수 등에서 위험 요인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중 낮은 사회 정서적 지지, 만성질환 부담, 인지장애는 배우자에게 우울증이 옮겨갈 위험의 3분의 1을 매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우울증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2~3명이 겪을 정도로 매우 흔하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평소 기분이 가라앉아있고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없는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문제는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이런 우울증이 흔하게 나타나는데도 치료받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심지어 노년기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 악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생겼다면 절대 숨기지 말고,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은 우울증은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구 저자 김기웅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며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기 때문에 고령이라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