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프 없는 혈압계’로 노인 고혈압 관리 개선할까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17~18일 개최
반지 형태 ‘카트원 플러스’, ABPM과 혈압 측정값 비슷
이희진 교수 “커프리스 혈압계, 노인 고혈압 관리에 사용 기대”
전통적인 커프 기반 혈압계를 벗어나 커프가 없는 혈압계가 노인 고혈압 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학계에서는 커프가 없는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가 커프 기반 혈압계의 한계를 극복해 노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 관리에 도움 되고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이희진 교수(순환기내과)는 17~1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노인에서의 혈압 측정: 측정 방법에 따른 유의점 및 새로운 측정기술의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ABPM, 커프 착용 시 불편함·팽창에 따른 혈압 변화 등 한계
노인은 정확한 혈압 측정과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65세 이상 노인은 젊은 연령층과 비교해 고혈압 유병률이 높고 고혈압이 지속되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며 근감소증이 유발되는 등 건강에 악영향이 나타난다.
특히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며, 심혈관질환 위험 상승 폭은 70~80대 노인에게서 두드러진다.
노인을 포함한 고혈압 환자는 전통적으로 커프 기반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24시간 혈압을 측정하는 활동혈압측정(ABPM)이 대표적인 커프 기반 혈압 측정 방식이다.
ABPM은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해 백의 고혈압과 가면 고혈압을 배제하고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또는 저항성 고혈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ABPM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야간고혈압, 야간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고혈압, 야간혈압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고혈압 등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ABPM을 위해 커프 착용 시 이로 인한 불편함이 있고 잠을 자는 동안 커프가 팽창해 환자가 잠에서 깨면서 수면 질이 떨어지며, 순간적으로 혈압이 상승했다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는 한계가 있다. 즉, 전통적인 커프 기반 혈압계일지라도 커프를 활용한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수면 시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할 수 있다.
이희진 교수는 “커프 기반 혈압계 사용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정확하게 지켜야만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측정값을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커프를 기반으로 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방법을 지켜 혈압을 측정해도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커프 기반 혈압계로 노인 환자의 혈압을 측정해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적절하게 줄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트원 혈압 측정값, ABPM과 강력한 상관관계 확인
▲서울대병원 이희진 교수.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로운 혈압 모니터링 기술을 적용한 커프리스 혈압계가 등장했으며 임상에서 활용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생체신호를 분석하는 반지 형태 웨어러블 모니터링 기기 카트원 플러스(CART-I plus)다.
국내에서는 ABPM과 카트원 플러스의 활동 및 수면(awake-asleep) 혈압을 측정해 비교하는 선행연구가 진행됐다.
선행연구 참가자들은 ABPM과 카트원 플러스를 24시간 동안 함께 착용해 혈압을 측정했고, 측정값의 상관관계를 평가해 카트원 플러스가 하루 동안 혈압 변화를 잘 추적하는지 조사했다.
연구에 모집된 40명 중 33명이 최종 분석 대상이었다. 평균 나이는 52세였고 체질량지수(BMI)는 27.1kg/㎡이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ABPM과 카트원 플러스의 평균 혈압 측정값은 비슷했고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에서 강력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이 교수는 “ABPM 커프 팽창에 따른 혈압 변화를 확인한 결과, 주간혈압은 변화가 없었으나 야간혈압은 ABPM과 카트원 플러스 모두 차이가 나타났다”며 “나이, 성별, 약물치료 등에 따라 구분해도 ABPM과 카트원 간 혈압 측정값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52세 이상이면서 평균 나이가 61세로 노인에 가까운 참가자에서도 비교적 일치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향후 노인 고혈압 관리에 카트원 플러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인의 혈압 측정을 위한 기술은 여전히 더 발전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이 고혈압 관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혁신적인 혈압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고혈압 환자 예후를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행연구 참가자 젊어…노인에서 유용성 확인하려면 데이터 필요
다만 카트원 플러스 선행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의 평균 나이가 65세 미만이라는 점에서 실제 노인 고혈압 환자에게 커프리스 혈압계가 유용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정훈 교수(심장내과)는 “진료현장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가정혈압을 측정하도록 강조하는 가운데, 이를 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다는 점에서 커프리스 혈압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행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의 평균 나이가 52세로 노인으로 판단하기엔 상대적으로 젊다. 동맥 석회화나 말초동맥질환 등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도 커프리스 혈압계가 유용할지 확인하려면 데이터가 더 모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노인보단 젊은 참가자들이 모집됐다. 대부분 커프리스 혈압계 연구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며 “말초동맥질환이 있거나 동맥 경직도가 증가한 참가자에서는 카트원 플러스 등 광학센서(PPG)를 이용한 커프리스 혈압계 결과가 젊은 환자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정확하게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출처 : 메디칼업저버(http://www.monews.co.kr)